이진우 선생님, 군자출판사와 제휴를 통해 책 내용 및 그림을 제공합니다.
무단 복제/배포 금지.
KEYWORDS:
Franz Joseph Gall
2002년 미국 캘리포니아 의과대학의‘뇌 지도 연구소’에 근무하는 세 명의 연구원은 매우 정교한
‘뇌 지도작성(Brain mapping)’에 성공했다고 놀랄만한 사실을 발표했다. 하지만 뇌의 여러 기능들이
특정한 부분에서 비롯된다는 가설을 제기하고 그걸 증명한 것으로 따지면 200년 전 이탈리아계 독일
의사‘갈’이 먼저였다.
뇌 해부에도 뛰어난 재능을 보였던 갈은‘기관학 Organology’이라 이름 붙인 자신의 이론에서 뇌 각
부분의 기능을 놀라울 정도로 자세하게 설명해내며, 뇌 속에 있는 모든 기관의 총체가 반영된 것이 바
로 정신과 육체의 모든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런 유물론적 사고는 당시 보수주의자들에겐
왕의 신권에 도전하는 것으로 비춰지며, 결국 오스트리아 황제 프란시스 1세는 갈에게 강연과 책 출판
을 금지시키는 것은 물론 외국으로 추방시킨다.
오스트리아를 떠난 뒤 이년 동안 갈은 열여덟살 아래의 스푸르차임과 북유럽을 중심으로 열정적인
강연을 하며 돌아다녔고, 1807년 파리에 도착했을 땐 유례없는 환영까지 받게 되었다. 하지만 갈의 기
관학은 프랑스에서조차 의학적인 논쟁이라기보단 철학적인 논쟁거리로 다루어졌다. 그 후 스푸르차
임은 객관적인 사실에 기초한 분석적인 자세를 견지했던 갈과는 달리 기관학에 과학 이상의 어떤 의
미를 부여하려 했으며, 결국 갈과 결별하고 그의 독창적인 해석을 곁들인‘골상학을 만들어 낸다. 그
리고 영국으로 건너간 스푸르차임은 그곳의 개방적인 사회분위기에 편승해 대대적인 인기를 얻게 되
며 이는 곧 미국으로까지 퍼지게 된다.
갈의 기관학과 스푸르차임의 골상학은 비록 한 시대만의 전유물이었지만 그 학문으로 인해 수많은
사회적 개념이 촉발되었기에 신경정신학과 동시에 사회과학을 낳게 한 바탕이기도 했다.
from Mavericks, miracles, and medicine -Julie M. Fenster
Courtesy of Christian Huber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