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MLE 의학 검색 엔진 [신간] 마음을 바꾸는 방법 - 금지된 약물이 우울증, 중독을 치료할 수 있을까

소우주 | 2021.05.10 13:27:54 | 목록으로 건너뛰기


지난 반세기 동안 ‘마약’이라는 굴레에 갇혀 금기시되어 온 약물. 무절제와 방종의 상징인 히피들의 약으로 낙인찍힌 LSD와 실로시빈. 한때 기적의 치료제로 수만 명의 환자들에게 사용되었던 사이키델릭은 왜 갑자기 마약으로 규정되었고, 어떻게 다시 부활을 꿈꾸게 되었을까?

미국을 대표하는 논픽션 작가인 마이클 폴란은 이번 책에서 LSD와 실로시빈에 관한 오해와 과학적 사실을 명쾌하게 설명하며, 이들 사이키델릭이 현대 의학의 검증을 거쳐 인간의 마음을 치유하는 약물로 다시 인정받는 과정을 흥미진진하게 그린다.


유발 하라리가 꼽은 2018년 최고의 책

2018년 미국 아마존 선정 "Best Science Book" 1위

2021년 4월, 최고 권위의 의학 학술지 <NEJM(뉴잉글랜드 의학저널)>에 흥미로운 논문이 한 편 실렸다. "우울증에 사용되는 실로시빈과 에스시탈로프람에 관한 임상시험"이라는 제목의 이 논문에서, LSD와 함께 대표적인 사이키델릭으로 간주되는 실로시빈은 기존 항우울제 못지않은 효과를 입증했다. 입에 담기조차 꺼려지는 LSD와 실로시빈은 정말 무시무시한 마약일까? 한때 기적의 치료제로 칭송받던 사이키델릭은 왜 갑자기 지하 세계의 마약으로 몰락했을까? 그리고 수십 년간의 규제와 억압 속에서 어떻게 부활을 꿈꾸게 되었을까?

『마음을 바꾸는 방법』은 LSD와 실로시빈의 르네상스에 관한 이야기다.


사이키델릭의 탄생

20세기 중반, 서구권에서는 서로 유사한 두 가지 물질이 폭발적으로 퍼져 나가며 사회적, 정치적, 문화적 역사의 방향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의 인생 방향까지도 바꾸었다. 바로 LSD와 실로시빈이다.

1938년, 스위스의 화학자 알베르트 호프만은 혈액 순환을 촉진하는 약을 찾던 중 LSD를 합성했다. 하지만 기대하던 효과가 없어 방치해 두었다가 어느 날 우연히 소량을 섭취하고는 자신이 강력한 무언가를 만들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조그만 갈색 버섯이 만드는 두 번째 물질은 오래전부터 중앙아메리카의 토착민들이 의식에 사용해 온 것으로 후에 실로시빈으로 불리게 된다. 아즈텍인들이 "신들의 살"이라 칭했던 이 버섯은 스페인 정복 이후 로마 가톨릭교회에서 금지하는 바람에 지하 세계로 밀려났지만, 맨해튼의 은행가 고든 왓슨이 멕시코에서 마법의 버섯을 직접 맛보고 주간지 <라이프>에 그 체험을 기술하면서 다시 수면 위로 부상했다.

LSD와 실로시빈으로 대표되는 사이키델릭은 정신병과 비슷한 증상을 유발했고, 이를 토대로 뇌과학자들은 정신 장애의 신경학적 원인을 찾고자 했다. 동시에 사이키델릭은 정신 치료의 한 축을 담당하며 알코올 중독, 불안 장애, 우울증 같은 질병의 치료에 사용되었다. 1950년대와 60년대 중반까지 사이키델릭은 거리의 마약이 아니라 주류 정신의학계에서 인정한 기적의 약물이었고, 1000편 이상의 논문과 수십 권의 책, <타임>지와 <라이프>지의 커버스토리를 통해 널리 퍼져 나갔다.


문화적 남용과 정치적 탄압으로 금지된 약물이 되다.

하지만 반문화의 상징인 티모시 리어리와 켄 키지 등의 주도로 사이키델릭의 오락적 사용이 확산되면서 "배드 트립"을 경험한 사람들이 응급실을 찾았고, 찰스 맨슨과 같은 악명 높은 범죄자들이 LSD와 연관되면서 사이키델릭의 어두운 측면이 언론을 통해 과장 보도되기 시작했다. 게다가 미국 중앙정보국(CIA)에서는 "MK-울트라"라는 프로그램에 자금을 지원하면서 사이키델릭을 심문용 도구로 활용하고자 했다. 문화계와 과학계는 사이키델릭을 받아들였을 때 못지않게 빠른 속도로 약물에 등을 돌렸다. 60년대 말에는 그동안 대부분의 지역에서 합법이었던 사이키델릭이 불법화되어 지하 세계로 밀려났다. 반문화의 영향을 받은 미국 젊은이들이 베트남 전쟁 참전을 거부하자, 리처드 닉슨 대통령은 티모시 리어리를 "미국에서 가장 위험한 인물"로 선언하며 반문화를 무너뜨리려 했고, 미국 연방 정부는 사이키델릭을 1급 규제 약물(남용 가능성이 높고, 의학적 사용이 승인되지 않은 약물)로 규정했다. 그 후 수십 년 동안 사이키델릭에 관한 연구와 임상은 사실상 중단되었다.


사이키델릭, 다시 부활하다.

1990년대 소수의 과학자들과 심리치료사들은 과학계과 문화계에서 소중한 것을 잃었다고 믿고서 이를 되찾기 위해 노력하기 시작했다. 대마초와 케타민 등의 규제 약물들이 치료제로 사용되면서 사이키델릭에 관한 관심이 고조되었고, 존스 홉킨스를 비롯한 여러 기관에서 임상시험이 본격적으로 진행되기 시작하면서 수십 년 동안 억압과 무시를 견뎌 온 사이키델릭은 오늘날 르네상스를 맞이했다. 이 물질을 직접 경험해 보고 거기서 영감을 얻은 새로운 과학자 세대가 우울증, 불안 장애, 중독 같은 정신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가능성을 시험해 보고 있다.

연구자들이 제시한 개념은 이렇다. 우리 뇌에는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DMN)라는 구조가 있는데, 이곳은 뇌 활동이라는 심포니의 지휘자 역할을 하는 영역이다. 즉, DMN은 뇌의 다른 부분들, 특히 감정, 기억과 관련된 영역에 억제력을 발휘하고, 자아 정체성을 유지하게 한다. DMN의 지배력은 인간이 성장하면서 점차 커지는데, 그 극단이 우울, 중독, 강박 등으로 나타난다. 하지만 사이키델릭은 DMN의 활동을 억제하기 때문에 뇌의 다른 부분들의 활동이 증가하면서 과거의 기억이 되살아나고, 무의식 속의 감정이 표출되기도 하며, 자아가 해체되는 느낌을 받고, 외부 자극에 대한 감수성이 극도로 높아지면서 환각 경험을 비롯한 소위 신비 체험을 하게 된다.

우울증은 사이키델릭에 관한 임상시험이 가장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분야다. 우울증 환자는 미국에서만 4000만 명에 달하고 이 중 20%인 800만 명이 기존 항우울제에 반응하지 않는다. 사이키델릭은 이러한 치료저항성 우울증 환자들에서 증상을 완화하는 효과를 보였다. 중독 역시 기대되는 분야로, 알코올 중독자들과 흡연자들은 단 한 차례 투약만으로도 인식의 지평이 넓어지고 기존 가치 체계가 무너지면서 술과 담배에 흥미를 잃게 되어 중독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말기 암 환자가 느끼는 죽음에 대한 공포와 같은 실존적 고통은 자신의 죽음과 대면했을 때 경험하는 감정인데, 사이키델릭을 투여하면 자아가 해체되는 경험을 하면서 자신이 자연의 일부라는 느낌을 통해 실존적 고통이 완화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금지된 약물이 인간의 마음을 바꿀 수 있을까?

『잡식동물의 딜레마』 등 전작을 통해 참여 저널리즘의 진수를 보여준 저자 마이클 폴란은 1960년대 사이키델릭 세대 출신이라기보다는 사이키델릭이 불러일으킨 도덕적 공포의 희생양이었다. 대학교수이자 베스트셀러 저자로서 안정적인 삶을 살아가던 폴란은 인생에서 “영적으로 강렬한” 체험을 단 한 번도 겪어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한 저녁 파티에서 저명한 심리학자의 LSD 체험담을 우연히 듣고서 LSD가 "어린아이들이 세상을 인지하는 방식에 관한 통찰을 준다"는 말에 호기심을 갖는다. 그러고는 수년 전 받은 이메일을 떠올렸다. 존스 홉킨스에서 진행된 실로시빈 연구에 관한 논문이었는데, 논문 결과에서 참여자들이 실로시빈 체험을 인생에서 가장 의미 있는 일 중 하나이며, "첫 아이의 탄생이나 부모님의 죽음"과 비견할 정도로 여겼다는 사실에 깊은 인상을 받는다. 그는 이 모든 이야기가 혹시 약물로 인한 환각은 아닐지 의심하면서도 동시에 굉장히 흥미롭게 생각했다.

알약 한 알이나 압지 한 장을 삼키는 행동으로 유발되는 사이키델릭 체험이 자신의 세계관에 커다란 변화를 일으키는 게 가능할까? 인간의 유한함에 관한 인식을 바꿀 뿐만 아니라, 실제로 사람의 마음을 바꾸고 그 상태를 오래도록 유지하는 게 가능할까? 이런 생각에 사로잡힌 그는 결국 정신이라는 세계를 직접 탐험해 보기로 한다. 그러고는 LSD와 실로시빈 등을 직접 체험하며 의식의 다양한 변성 상태 속으로 들어가 보고, 최신 뇌과학과 사이키델릭 치료사들의 지하 세계 깊숙한 곳까지 뛰어든다. 폴란의 이 "정신적 여행기"는 사이키델릭뿐만 아니라 인간의 의식이라는 영원한 퍼즐에 대한 탐구라 할 수 있다.


사이키델릭의 미래

폴란은 사이키델릭이 제도권으로 다시 들어오기를 바란다고 했지만, 이것이 마약으로 규정되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지는 않는다. 실제로 사이키델릭은 술이나 담배에 비해 중독성이 낮고, 신체 및 정신에 대한 유해 정도가 과장된 측면은 있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이를 전면적으로 합법화해서 누구나 쓸 수 있도록 만들어서는 안 될 것이다. 다만 정치적인 이유로 금지되는 바람에 유용한 치료제로 사용될 기회마저 박탈하는 것은 지나치게 가혹한 처사임이 분명하다.

현재 진행 중인 사이키델릭 관련 임상시험은 수십 건에 달하고,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 존스 홉킨스, UC 버클리, 마운트시나이 아이칸의과대학 등 유수 기관에서 사이키델릭 전담 연구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엄격한 임상시험을 통한 검증을 거쳐, 통제된 환경에서 가이드의 지도하에 선별된 사람들에게 투여된다면, 사이키델릭은 오랜 굴레에서 벗어나, 정신질환으로 고통받는 현대인들에게 단비와 같은 약물로 자리매김할 수 있지 않을까?


♦ 저자

마이클 폴란(Michael Pollan)

미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논픽션 작가인 마이클 폴란은 『잡식동물의 딜레마』, 『욕망하는 식물』, 『세컨 네이처』 등 아홉 권의 책을 썼고, 이들은 모두 출간 즉시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자연, 정원, 식물, 음식을 비롯한 다양한 소재를 통해 정치, 경제, 문화 등 사회 전반의 문제를 역사적 시각에서 과학적이고 철학적이면서도 문학적인 방식으로 풀어 나가는 그의 글쓰기 스타일은 많은 독자들의 감탄을 자아낸다.

<뉴욕타임스 매거진>의 오랜 기고자인 그는 캘리포니아대학교 버클리캠퍼스 저널리즘 대학원 교수로 재직 중이며 하버드대학교에서도 글쓰기를 가르치고 있다.

2010년 <타임>이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뽑혔고, 2015년에는 보스턴 과학관에서 “과학과, 과학이 인간의 삶에서 담당하는 중요한 역할을 대중에게 알리는 데 탁월한 성과를 보인 사람”에게 수여하는 워시번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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